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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소설, 에세이, 그림 동화... 무엇을 쓸지 고민중이다

요즘 무엇을 써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소설은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다 보면 언젠가 그럭저럭 봐줄만한 종이 묶음이 나올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세계관을 섬세하게 다듬어내고 문장과 인물들에게 나의 가치를 하나씩 이식하는 작업은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에세이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20대부터 일기를 멋드러지게 자주 써봤고, 10대 때도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독후감 대회 출품용이나 실험 일지, 논술 대비용 글쓰기였기 때문에 한 권의 뭉치를 완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지를 쳐나가는 편집 수정 작업도 쉬울 것이다. 다만 에세이는 쓰는 사람의 맨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사회적으로 아무 지위도 갖고 있지 않고, 학력, 경력에 대한 밸류도 Zero에 가깝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림동화는 평생 많은 스토리를 꿰어온 내가, 스크립트를 쓰는데 있어서는 가장 큰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는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결론은 소설과 에세이와 그림동화를 짬뽕한 것 같은 나만의 책을 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가상의 존재를 나 대신 내세울거니까, 그림 소설 정도 되겠다.

잘 팔리든 안팔리든 상관 없다. 이게 한 줄 이력이 되어서 보약 먹지 않아도 다닐 수 있고, 그냥 대한민국 50%, 즉 평균 월급만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만 하면 된다. 분명 난 고등학교 때 좋은 인문계고에서 늘 상위 1%대를 유지하며 졸업하였는데, 기회를 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등떠밀려 들어간 삼류 대학교, 반쯤은 실성하여 지냈던 20대를 뒤로 하니 이젠 평균 50%의 인생을 동경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반응을 보인다. 나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름 날리던 나보다 앞서 나간다는 생각에 들뜨는 것 같고, 대학 동기들은 나의 나태함을 나무라고,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은 나의 비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물론 나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명확한 공통 전제엔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나의 '몰락'이 깔려있다. 

이제는 남들의 측은한 시선, 무관심엔 익숙해졌기에 괜찮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하나 둘씩 삶의 끈이 끊어지는 건 문제가 된다. 아마 나의 착각과 절망, 공포로 삶의 끈들이 하나씩 끊어질 때,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끈인 스승과의 수행에 대해서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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